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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1

바우하우스의 철학과 DNA를 계승하다

직관적이고 간결한 올라운더, 마스터피스(Masterpiece)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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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풍. 소노로(Sonoro)의 올인원 플레이어 ‘마스터피스(Masterpiece)’를 보자마자 떠오르는 단어다. 어쩌면 이렇게 ‘나 복고풍 스타일이요’라고 써 붙여놓은 것처럼 생겼을까.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나 <리틀 드러머 걸>처럼, 존 르 카레의 스파이 소설을 영상화한 냉전시대 배경의 영화 소품으로 써도 어울릴 것 같다.

이를 바꿔 말하면, 오히려 이 시대가 요구하는 트렌드에 딱 맞는 스타일이라는 의미가 되겠다. 지난 몇 년 사이에 레트로(Retro)는 가벼운 유행을 넘어 거대한 문화적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바이닐이나 필름카메라, 흑백영화 같은 복고 아이템은 세계 공통으로 힙스터들의 전유물이 되었다. “Old is the New Hip!”이라는 기치 아래, 과거의 것들은 끊임없이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물론 단지 예스러운 외형만으로 죄다 주목받고 성공한다면야, 소위 말하는 빈티지나 레트로 트렌드에 누구나 쉽게 편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건 자칫하면 얄팍한 추억팔이에 그치고 말 가능성이 다분하다. 중요한 건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교집합을 찰나의 감으로 잡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소노로 마스터피스는 그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복고적인 향수와 미래지향적 감각이 이 크지 않은 기기 한 대에 절묘하게 믹스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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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단순하고 효율적인 디자인이라니!

독일 브랜드 소노로의 모토는 ‘German Audio & Design’이다. 이를 이야기하려면 먼저 바우하우스(Bauhaus)를 언급하는 게 우선순위다. 바우하우스는 1919년 독일 바이마르에 설립된 예술교육기관이다. 이곳의 교육 이념과 시스템은 기존의 학교와는 다른 혁명적인 것이었다. 모든 예술적 창조행위를 결합해서 조각, 회화, 공예 등 디자인 언어를 재구성하는 것이 바우하우스의 목적이었다.

무엇보다 바우하우스에서는 단순히 ‘보기 좋은 디자인’을 기계적으로 생산하는데 가치를 두지 않았다. ‘생산하기 쉬우면서도 아름다운 물건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철학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 결과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unction Follows Form)”는 그 유명한 격언 아래, 기능과 소재로부터 나온 단순함과 직선적인 형태, 쓰임새의 효율성을 추구했다. 정리하자면 기능에 반드시 필요한 요건들만 갖춘, 군더더기 없이 합리적이고 심플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학교로서의 바우하우스는 나치가 정권을 장악한 1933년, 강제 폐교당하며 14년 만에 간판을 내려야 했다. 그러나 그 14년의 영향력은 엄청났고, 20세기 디자인 교육의 근본을 바꿀 만큼 강력한 것이었다. 대량생산의 시대에 맞는 새로운 방식의 공예, 즉 현대의 산업 디자인 분야가 태동하는 모태가 된 것이다. 100년이 지난 지금, 바우하우스는 디자인과 건축 분야에서 하나의 양식이자 상징, 사조로 받아들여진다.

소노로, 그리고 마스터피스는 독일의 디자인에 배어 있는 바우하우스의 DNA를 충실하게 계승하고 있다. 지극히 단순하고 견고해 보이는 외형에서부터 드러난다. 그리고 이는 철저하게 기능적인 편의성에 집중한 결과다. 매뉴얼이 없어도 어디를 누르면 뭐가 나올지 웬만큼 알 수 있을 만큼 심플하고 직관적이다. 그리고 자칫 깐깐하게도 보일 수 있는 570×165×262mm의 사각형 박스 안에는 온갖 기능들이 차고 넘치도록 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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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재다능, 그리고 절도 있는 소리

마스터피스는 그야말로 올라운더다. 사실상 올인원 오디오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기능을 탑재했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먼저 네트워크와 apt-X 블루투스 코덱은 당연히 지원하고, FM/DAB, 인터넷 라디오도 가능하다. 스포티파이, 타이달, 아마존, 코부즈 등 여느 네트워크 플레이어에 비해 기존 스트리밍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다채롭게 탑재돼 있는 것도 강점이다.

그중에서 블루투스가 쌍방향 재생 시스템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다른 디바이스를 재생하는 스피커 역할도 하지만, 반대로 마스터피스에서 재생되는 음원을 무선 스피커나 헤드폰으로 들을 수도 있다. Wi-Fi 네트워크를 통해 소노로의 다른 스피커들과 연결할 수 있는 멀티룸 기능도 핵심이다. 간단히 말하면 총 5개의 스피커까지 동시 재생이 가능하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본체 전면부에 있는 CD 슬롯이다. 사실 CD라는 매체가 처한 입장을 볼 때 시대착오적이 아닌가 싶다가도,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CD는 음악시장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에 따라 빠르게 쇠락을 맞았다. 오히려 바이닐 붐을 타고 턴테이블이 시대를 거슬러 탄력을 받고 있고, 이와 반비례해 CD 플레이어를 보유한 사람의 수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심지어 뮤지션도 플레이어가 없어서 자기 앨범을 CD로 못 들을 정도다. 그럼에도 막상 없으면 어느 날 갑자기 아쉬워지는 게 CD 플레이어다. 특히 전통적인 음악광 세대와 현대적인 리스너 사이에 걸쳐 있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물건이다.

기능적인 유용함은 확인했으니, 이제 음질을 살펴보자. 두 개의 스피커는 트위터와 미드레인지의 2웨이로 구성돼 있다. 게다가 본체 아래에 하향식 서브우퍼가 별도로 배치되어 있다. 즉, 실질적으로는 2.1 채널의 시스템으로, 체급에 걸맞지 않는 풍부한 저음을 감상할 수 있다.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서브우퍼의 출력은 각자 10W, 30W, 60W다. 각 유닛에 별도의 앰프가 있어서 안정적으로 구동되도록 제작된 점도 눈에 띈다. 

마스터피스의 사운드가 주는 인상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독일이라는 나라의 이미지와 놀랍도록 흡사하다. 전체적으로 절도 있고 잘 통제된 소리라는 느낌이다. 모든 소리의 이미지가 뚜렷하고 치밀하게 귀에 들어오며, 밸런스가 안정적으로 잡혀 있다. 하이엔드 시스템만큼 폭발적인 역동성은 없는 대신 인공적인 과장도 느껴지지 않는다. 외형의 이미지 그대로 정돈되어 있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소리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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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피스는 모든 것을 충족시킨다

음악을 듣기 위한 시스템을 평가하고 선택하려면 언제나 나름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나는 어떤 소리를 원하는가, 나는 어떤 환경에서 음악을 듣는가,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있어봤자 불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런 자문에 따라 기준을 먼저 세우면 여러 모로 도움이 된다. 

그런 점에서 소노로 마스터피스는 각자 다른 기준점을 가진 사람들에게 모두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기기다. 마스터피스 한 대만 있으면 어떤 기준으로 음악을 듣든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어지간한 건 다 충족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몇 천 장의 CD를 쌓아놓은 고전적인 음악 마니아라고 하자. 그런데 스트리밍과 네트워크의 ‘스마트한’ 흐름도 놓치고 싶지 않다면, 다방면의 무선 기능에 CD 플레이어가 옵션으로 탑재된 올인원 오디오인 마스터피스는 마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처럼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 물론 천만 원 넘어가는 하이엔드 시스템을 작정하고 갖추려는 사람이라면 마스터피스가 아예 고려대상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다. 사실 훨씬 많다. 

음악을 진정으로 즐기기 위해 굳이 더 욕심낼 필요는 없다. 165만 원(2018년 출시된 월넛 소재는 180만 원)이라는 비용이 들어가지만, 앞에서 말한 마스터피스의 다재다능함을 생각하면 투자할 만한 설득력은 충분하다. 그리고 음악과 좀 더 진지하게 마주하고 싶다면, 그 정도는 필요하지 않나 싶다.
 


Editor_최승우

swchoi@dnolt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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