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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5

FILM 더울 때 보면 좀 시원해지는 영화들

뭘 해도 더우니 정신승리라도 하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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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날씨 앱을 보면 보고도 믿기지 않는 숫자들이 있다. 인정하자. 여름은 원래 더운 게 정상이다. 그러니 설원에 눈보라가 몰아치는 영화를 보며 자기세뇌라도 해보자. 보기만 해도 체감상 체온이 몇 단계 떨어지는 영화들을 모았다.



1. 얼라이브 (Alive : The Miracle Of The Andes,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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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우루과이의 대학 럭비팀을 태운 비행기가 안데스 산맥에 추락한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구조대가 수색작업을 포기한 상황에서 생존자들은 두 달 후에 기적적으로 살아서 돌아왔다. 게다가 이들이 사망한 친구들의 시체를 먹으며 버텼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논란이 되어 더 유명한 스토리다. 해발 3천 미터가 넘는 산꼭대기, 영하 40도의 날씨에서 살아남으려 몸부림치는 사투가 처절하기 짝이 없다.



2. 오슬로의 이상한 밤 (O' Horten,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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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임을 앞둔 열차 기관사가 하룻밤 동안 겪는 기묘하고 웃긴 일을 담은 노르웨이 코미디. 인적도 드물고 보기만 해도 추운 북유럽의 매력적인 밤거리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늘상 사람이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날씨 때문인지 등장인물들이 대체로 말수가 적고 무표정한데, 그런 황량하고 무뚝뚝한 분위기가 조금씩 어긋나며 헛웃음이 나게 만든다. ‘이런 게 노르웨이 개그인가?’ 싶은 희한한 개그가 포인트.



3. 프로즌 (Frozen,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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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상 딱 봐도 돈 안 들었을 것 같은 저예산 영화다. 세 남녀가 스키장 리프트를 탔는데 직원의 착오로 갑자기 정지하는 바람에 꼼짝없이 고공에 갇힌다는 내용. 휴대폰도 두고 온 상태에서 다음 개장까지는 무려 5일이 지나야 한다. 지상에서는 늑대가 ‘밥 주세요’ 하는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다. 추위와 공포가 한데 범벅이 된 혹한 스릴러. 금속 바 위에 맨손을 얹은 채 잠들었다 일어나 보니 손이 얼어붙어 있는 장면은 충격과 공포다.



4. 미쓰 루시힐 (New In Town,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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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 루시가 일 년 내내 폭설이 끊이지 않는 미네소타 주의 깡촌으로 발령받으면서 겪는 이야기다. 날씨 좋은 마이애미에서 폼 나게 살던 루시가 첫날 미네소타의 강력한 추위를 온몸으로 실감하게 되는 장면이 있는데, 한겨울에 옷 덜 껴입고 멋 부리다가 얼어 죽을 뻔한 경험을 해본 사람들은 다 공감할 듯. 실제 촬영은 캐나다의 위니펙에서 했는데 장비들이 얼어붙을 정도의 추위에 배우도 스태프도 죽도록 고생했다고.



5. 파고 (Fargo,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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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언급된 <미쓰 루시힐>의 미네소타 주 인근에 있는, 소도시 파고의 광활한 눈밭이 인상적인 영화다. 눈과 추위 하면 생각나는 영화로 자주 회자되곤 한다. 빚더미에 치인 한 남자가 장인에게 돈을 뜯어내려고 아내의 유괴사건을 꾸미면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악당을 포함해 죄다 엉성하고 어딘가 나사가 빠져 있는데, 발이 푹푹 빠져서 뛰기도 힘든 폭설과 혹독한 날씨 때문에 꽤나 기괴하고 정적인 분위기의 블랙코미디가 되었다.



6. 쿠미코, 더 트레저 헌터 (Kumiko, the Treasure Hunter,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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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한 일본 여성이 미국 미네소타 주에서 의문사한 시체로 발견된 사건을 소재로 했다. 꿈도 희망도 없이 살던 아웃사이더 여주인공이 바로 위에 등장한 <파고>를 실화로 믿어버리고, 영화 속에서 행방이 묘연해진 돈 가방을 찾으러 간다는 내용. 빨간 망토 하나 달랑 뒤집어쓰고 흰 눈밭을 홀로 헤매는 여주인공의 고독에 감정이입이 되어 보는 내내 뼛속까지 추워진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파고>의 이야기는 실화인 것처럼 트릭을 쓴 100% 픽션이다.



7. 헤이트풀 8 (The Hateful Eight,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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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8할 이상은 한정된 공간에 모인 사람들의 수다와 눈치싸움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그런 상황에서 오는 서스펜스와 피칠갑, 진흙탕 싸움은 살벌한 추위를 피해 산장에 모였기 때문에 벌어진다. 단순한 강추위 이상으로 묘사된 최악의 날씨가 상당히 큰 역할을 하는 셈. 특히 눈보라의 바람소리를 담아낸 사운드는 피까지 얼어붙을 것처럼 실감 난다. 부서진 문 한 번 여닫을 때마다 “빨리 못 박아!” 하고 난리를 치는 장면은 은근히 개그다.



8. 화이트아웃 (Whiteout,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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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아웃(whiteout)’은 겨울철 악천후에 주변을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을 말한다. 이 영화는 남극 연구기지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이를 수사하는 보안관 캐리와 악당들이 격한 추위 속에서 쫓고 쫓기는 내용이다. 영화 초반 “화이트아웃이 오면 얼음을 동반한 초속 100마일 이상의 바람과 함께 세상이 그냥 사라져 버린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클라이맥스의 액션 신에서 묘사된 화이트 아웃은 총기로 무장한 흉악범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제대로 무섭다.



9. 노이 알비노이 (Noi The Albino,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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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아이슬란드 영화다. 온통 설원으로 가득한 풍경이 독특한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한편으로 실제로 이런 동네에 평생을 갇혀 지내는 사람들의 일상은 우리가 북유럽에 대해 가지는 환상과는 꽤 거리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사방천지 눈과 얼음만 쌓인 아이슬란드를 벗어나고 싶어서 몸부림을 치는 괴짜 십대 소년의 이야기. 매일 그날이 그날 같은 지루함에 추위가 더해지면 몇 배로 춥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영화다.



10.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 (The Revenant,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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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목숨만큼 질긴 게 없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해주는 영화다. 이 영화는 전 세계에 12대밖에 없다는 카메라 ‘알렉사 65’로 주요 장면을 촬영했다. ‘햇빛 아래의 날벌레까지 포착’한다는 이 카메라의 무시무시한 성능 덕분에 그야말로 압도적인 영상 퀄리티를 자랑하는데, 영화의 소재가 소재인지라 상상을 초월하는 혹독한 추위가 시각적으로 고스란히 담겼다. 보다 보면 사지가 덜덜 떨리고 이빨 사이로 신음이 저절로 새어나오는 영화.



11. 윈드 리버 (Wind River,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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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보호지구의 설원 위에서 한 소녀의 시체가 발견되고, 야생동물 헌터와 FBI 요원이 사건을 추적하는 내용의 스릴러다. 영화의 배경인 윈드 리버 산맥은 그냥 보기만 해도 추운데, 첫 장면부터 등장하는 영화의 냉랭한 분위기와 얼어 죽은 희생자의 고통까지 겹쳐지면 몸서리가 쳐질 정도. 영하 20도의 추위에 힘껏 뛰면 찬 공기를 들이마신 폐가 터져서 죽음에 이른다는 상식을 배울 수 있다. 설원의 아름다움이나 낭만 따위는 조금도 없는 살 떨리는 작품.



Editor_최승우

swchoi@dnolt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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