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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의 은둔자 아발론
by 틴맨 posted   15-10-26 13:46(조회 6,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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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무슨 도망자에 가깝다. 이렇게 자신을 철저히 숨길 수 있단 말인가? 그 흔한 약력조차 밝히지 않는다. 대체 몇 년생인지, 어디 출생인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전혀 언급이 없다. 심지어 회사의 내력조차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남들은 하나라도 더 알리고 또 자랑하려고 난리인데, 이 양반은 오히려 반대다. 그러다 보니 좀 화가 나려고 한다.

지금부터 이야기할 대상은 아발론(Avalon)이란 브랜드지만, 현재 이 회사를 끌어가고 있는 오너 닐 파텔(Neil Patel)에 대해선 거의 함구할 수 밖에 없다. 극히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아예 언론 혐오증이 있지 않나 싶을 정도다. 그래도 다행히 몇 개의 인터뷰와 자료에 의거해서 짐작은 해볼 수 있다. 아무튼 꽤나 지난한 과정을 거친 아발론 스토리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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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아발론이라는 브랜드 명 자체가 심상치 있다. 이 단어는, 영국의 전설적인 아서 왕의 신화에서 나온다. 아서 왕이라고 쓰면 금시초문이라는 분들을 위해 한 가지 더 첨언하겠다. 바로 원탁의 기사다. 사실 그에 대한 스토리는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진 바 있으므로, 궁금한 분들은 그런 자료를 찾기 바란다.
  
물론 아서 왕은 실제 인물은 아니다. 그냥 영국의 어느 과거에 존재한 전설의 왕일뿐이다. 그러나 신화 속에 나오는 이 왕의 인품이나 행동이 워낙 영웅적이어서, 마치 살아있는 사람으로 착각할 정도다. 그리고 그가 죽은 다음에 간 곳이 바로 아발론이라는 것이다.
  
사실 아발론사가 소재한 콜라라도의 볼더(Boulder)라는 도시는, 그런 아발론의 이미지와 좀 들어맞기는 하다. 록키산맥이 시작되는 산악 지대에 지극히 하늘이 맑고, 공기와 물이 좋은 동네로, 대학과 연구소 그리고 첨단 산업이 공존하는 이상적인 주거 환경이기도 하다. 또 각종 클라이밍, 사이클 등이 발달해 핼쓰 시티(Health City)로 불리기도 한다. 미국 내 살기좋은 도시를 꼽으라면 시애틀, 샌디에고, 포틀랜드 등과 함께 늘 언급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것은 동시에 닐 파텔이라는 인물을 더 신비적이고 또 신화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거의 언론에 노출이 되지 않고, 수입상에게 판매를 닦달하는 법도 없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제품을 제작하는지 잘 공개하지 않는다. 최근에야 조금씩 자료를 풀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메이커에 비하면 터무니 없을 정도로 적다.
  
대체 왜 이럴까? 이게 무슨 마케팅 기법과도 관련이 있는가? 천만의 말씀. 오히려 완벽주의로 만든 자신에 대한 제품의 높은 신뢰에서 비롯되는, 일종의 강자의 여유다. 또 실제로 동사의 제품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는 느낌이 든다.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을 만큼 완벽한 만듦새를 자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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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발론 어쿠스틱스의 오너 닐 파텔(Neil Patel)


기본적으로 파텔이라는 사람은 크게 일을 벌리는 것을 싫어한다. 딱 이 정도가 좋다고 믿고 있다. 즉, 현재의 생산량을 더 늘릴 생각도 없고, 마케팅에 그닥 연연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신제품을 만들고, 이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장인들이 있으면 그만이다.
  
현재 아발론의 회사 구조를 보면, 파텔이 설계와 보이싱(voicing)을 담당하고, 이를 실현하는 장인 그룹은 루시엥 피세트와 존 살바지오 두 사람에 의해 이끌어진다. 두 사람 모두 별개의 목공소를 갖고 있으면서, 그때그때 아발론의 발주를 받는 식이다. 그리고 최종 어셈블리는 아발론 공장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만일 파텔이 뭔가 새로운 구상을 하면 루시엥과 존이 제일 먼저 소집된다. 그리고 두 사람의 대답은 늘 한결같다.

“그것은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그 다음부터 밀고 당기기 싸움이 시작된다. 그리고 무수한 고안과 수정을 거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의 시안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파텔의 의견에 따르면 진짜 공정은 지금부터다.
  
“기술적인 부분은 각종 측정과 고안으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게 도와줍니다. 그러나 음악적인 부분은 어떤가요? 이것은 기술만 갖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 부분에서 우리가 다른 메이커와 차별화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 스피커에 최상의 기술을 투입하면서, 그 자체는 예술의 경지에 오를 정도로 완벽한 만듦새를 구축한 다음, 음악성이라는 최종 목표를 구현하는 것이다. 이게 바로 아발론의 제품 철학인 것이다. 

정통적으로 아발론은 작지만 고성능인 제품을 선호한다. 요즘에야 커다란 제품들이 나오고 있지만, 주력은 바로 작은 제품들이다. 또 가격도 다른 하이엔드 제품과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다. 이에 대해 파텔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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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지만 고성능을 보여주는 아발론 이데아


“우리는 절대 과욕을 부리지 않습니다. 마케팅같은 것에 관심도 없고, 대중이 뭘 원하는지도 개의치 않습니다. 어찌 보면 우리가 제품을 만드는 동기는 다소 이상주의적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 특히 극동 아시아를 가보면 우리 제품의 사이즈가 적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엔 크게 보이기도 하죠. 가격? 글쎄, 비싸게 받는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닙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결국 최고의 성능입니다. 우리의 관심사는 바로 그런 욕구를 만족시키는 데에 있습니다.”

그래서 파텔은 스피커 제조 과정을 발레 무용수에 비교하고 있다. 즉, 실제로 하는 일은 힘들고, 숱한 연습을 필요로 하지만, 겉으로는 우아하고 아름답게 보이려고 한다. 말하자면 WWF 정도의 하드 웍인데, 남들에겐 발레리나처럼 보이기 원하는 것이다. 정말 스피커 메이커의 진솔한 마음을 표현한 부분이라 하겠다.

최근에 아발론은 자신들의 전통을 깨고 말도 안되는 어마어마한 제품을 발표했다. 이름 하여 테세락트(Tesseract). 뜨끈뜨근한 신제품으로 가격표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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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발론사의 새로운 플래그십, 테세락트(Tesseract)


이 제품의 외관은 흡사 무슨 SF 영화에 나오는 인물과 같다. <스타 워즈>의 다스 베이더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다이아몬드 트위터 포함, 4웨이 구성인데, 38Cm 구경의 우퍼가 무려 네 발이다. 앞에 두 발, 뒤에 두 발이 각각 달렸다. 믿을 수 없는 포름이고, 강력한 포스를 발산하는 디자인이다. 개당 무개만 해도 무려 375Kg. 결국 파텔이 만들고 싶었던 작품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든다. 남들이 도저히 엄두도 내지 못하는 꿈을 꾸고 또 실현시킨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감동적인가?

그런데 여기서 다이아몬드라는 소재가 흥미롭다. 서양에서 이 보석이 각광을 받은 시기는 그리 멀지 않다. 정확히는 1477년, 오스트리아의 막시밀리언 황제가 결혼하면서 신부에게 웨딩 링을 주면서 거기에 다이아몬드를 박은 것이 효시라면 효시다. 이후, 이 보석은 날개 달린 듯 팔렸고, 그에 따라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오죽하면 말릴린 몬로는 이런 노래까지 불렀을까?

“Diamonds are girl's best friends.”

그런데 이 다이아몬드가 아발론에도 씌였다. 물론 천연 소재가 아닌, 인공으로 가공한 것이지만, 트위터에는 특히 이상적이다. 바로 2002년 에이돌론 다이아몬드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다이아몬드 시대를 알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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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발론 스피커에 장착되는 다이아몬트 트위터


사실 이 즈음 여러 메이커가 다이아몬드 트위터에 관심을 갖고 달려들기 시작했는데, 이른바 다이아몬드 전쟁이라 해도 좋을 만큼 여러 고안이 이뤄졌다. 심지어 이것을 장착했냐 그렇지 않냐로 판세를 나누기도 했다.

아무튼 이 다이아몬드를 만든 아큐톤과 아발론의 관계는 무척 특이하다. 독일 드라이버 회사와 미국 스피커 회사의 랑데부라니, 얼핏 보면 뭔가 부조화를 느끼게 한다.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치열하게 싸웠던 사이가 아닌가?

그러나 아발론 역사 전체를 놓고 보면, 아큐톤제 세라믹 유닛을 사용하기 전과 후로 나눌 만큼,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냥 사다가 쓰는 것은 아니다. 늘 파텔의 구미에 맞는 스펙으로 특주해 준다. 또 그것을 일단 받으면 자체적으로 손을 본다. 이 부분은 철저한 기밀 사항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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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발론사가 특주하는 틸 앤 파트너사의 아큐톤 유닛


그러므로 파텔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아큐톤을 생산하는 틸 앤 파트너의 사장 아드리안 방케비츠와 긴밀한 연락이다. 만일 여기서 뭔가 새로운 발상이나 개선이 이뤄졌다고 하면 파텔이 제일 먼저 알고 또 실험해보는 식이다. 그럼 왜 트위터에 다이아몬드가 이상적일까 의문을 가져볼 법도 하다.

우선 가볍고, 얇으면서 또 강하다. 트위터가 처리하는 고주파의 특성에 잘 부합된다. 또 하나는 열과 관련되어 있다. 사실 스피커를 보면, 드라이버의 안에 보이스 코일이 감겨 있다. 이것은 과열되기 쉬운 구조로 되어 있다. 또 진동판 자체가 앞뒤로 움직이면서 여기서 발생하는 기계적인 열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드라이버가 시원치 않으면, 발열이 증가해 아예 타버리는 경우도 있다.

한데 다이아몬드라는 소재는 화씨 6332도에서 만들어진다. 알루미늄이 1220도, 티타늄이 3100도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고열에서 성형되는 것이다. 그러니 일반 환경에서는 오히려 과열된 보이스 코일과 메카니즘을 식히는 역할까지 하는 것이다. 다만 만드는 과정이 지난하고 복잡하며 성공률도 높지 않아 가격이 비싼 게 흠이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보석 이야기가 나왔으니, 아발론의 인클로저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스피커 자체가 하나의 보석처럼 정말로 단단하고 빈틈이 없으며 아름답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를 짓게 하는 자태다. 하지만 이런 보석과 같은 형상을 얻는 과정은 끔찍할 정도로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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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발론사의 공장 내부

  
동사에는 2000Kg짜리 프레스 기기가 있다. 이것은 인클로저를 만들 때, 앞면과 옆면 그리고 뒷면을 다 붙인 다음 위에서 누르는 역할을 한다. 하급기의 경우 2시간씩 총 6회, 상급기는 2시간씩 총 8회에 걸쳐 정교하게 실시한다. 이렇게 단단히 밀봉을 시켜야 원하는 인클로저가 나오는 것이다. 거기에 수려한 마무리를 더한다면, 이를 보석과 다름없다고 보는 것도 무리가 없는 것이다.

현재 아발론은 하이엔드 제품을 만드는 아발론 어쿠스틱스와 멀티채널, 프로페셔널 프로젝트 등을 담당하는 아발론 뮤직 시스템스로 나뉘어 있다. 전자가 철저하게 본사에서 관리 감독하는 반면, 후자는 많은 부분을 하청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제품은 전자에 있다고 보면 된다.

현행 라인업을 보면 앞서 말한 테세락트를 제외하면 총 10종에 이른다. 맨 위로 센티넬이 있으며, 제일 밑으로 이데아가 있다. 각각의 제품에 형번이나 딱딱한 기호 대신 모두 이름을 붙인 것이 특이하다. 아마 10개의 제품 모두를 10명의 자식으로 생각해서 다 이름을 붙였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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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는 도구로써의 스피커는 기술적으로 완벽해야 하고 제품 자체도 일종의 예술품으로 제조되어야 한다는 믿음은 아발론을 채택하는 수많은 애호가들에게 큰 만족과 자부심을 선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콜로라도의 은둔자는 어쩌면 거대한 선견지명을 갖춘 스피커 계통의 선각자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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